작은 거인 열반에 들다

▲ 200여 명의 재가 출가교도들이 참석한 가운데 초타원 백상원 종사의 발인식이 뉴욕교당에서 거행됐다.
초타원 종사, 추모 분위기 스케치
뉴욕·모스크바교당 등 슬픔 잠겨
후진들 표상으로 곁에 남아

초타원 백상원 종사의 열반소식이 전해지자 단숨에 달려와 가슴으로 우는 뜨거운 눈물의 애도속에 사랑하는 출재가 선연들의 영결의 인사가 줄을 이었다. 그칠 줄 모르는 초타원 종사에 대한 깊은 감사와 은혜, 그리고 알아 뵙지 못하고 받들지 못한 회한의 눈물들이 피눈물이 되어 가는 듯했다.

초타원 백상원 종사의 거룩하고 자비로웠던 장엄한 생애, 그리고 그 열반 앞에 한없이 외로워지고 추워지고 작아지는 고통과 불안에 모두가 흔들려 보였다. 미국교화, 아니 원불교 세계교화의 거인 초타원 종사의 열반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뒤늦게 조금씩 알아가는데서 오는 충격과 회한에 밖으로 안으로 모두 다 목놓아 울며 정신을 잃는 듯 했다.

그러는 중에도 30여 명의 미주동·서부교구 출가교무들이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모여들기 시작했고, 뉴욕은 물론 시카고·보스톤·마이애미·워싱톤·뉴저지·필라델피아 교도들이 침통한 심경으로 발인식(200여 명) 참여를 위해 뉴욕교당을 찾아왔다.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표를 구해야 하는 급박함 속에서도, 미주총부법인이 주관해 장례 준비와 절차는 조용한 가운데에서 차분하고 정성스럽게 마음을 합해 갔다. 초타원 종사의 정신이 되살아나는 장례가 되도록 모두 존절히 예를 갖추며 마음을 모아 준비해 나가는 모습들이 하나로 모아졌다.

그동안 쉬고 있던 교도들과 학생회 출신들, 또한 이민의 애환을 함께 겪었던 일반인 옛 인연들이 미주지역 신문에 난 초타원 종사의 부고를 보고 모여들었다. 장례 첫날 독경시간에 함께한 독실한 기독교인인 이철규씨는 이민 초기 '원식당'을 운영했던 승타원 송영봉 종사와 초타원 종사의 모습을 회상하며 도무지 식당을 운영할 분들이 아닌 모습이었고, 과연 저렇게 해 원불교가 성공할 것인가 의아했으나, 깊은 신앙심과 혈심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해가는 모습에서 큰 감동을 얻었노라고 당시의 고생하던 모습을 떠올리며 눈물로 추모했다.

또한 미국에서 오랜세월 함께 지켜 본 정유성 원로교무는 초타원 종사는 봉황에 비유할 수 있는 분이고, 교단의 참 주인이라고 추모했다.

초타원 종사의 급작스런 열반이 신심 장한 교도들에게는 더욱 정신 바짝나게 하는 분발의 계기가 됐고, 쉬고 있던 교도들에게는 그동안 받은 은혜와 감명을 되새기는 기회가 됐다. 자신들의 신앙의 뿌리를 다시 추어잡고 마음을 다잡는 재생의 계기가 됨을 약속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출가 후진들에게는 위법망구 위공망사의 전무출신 정신으로 다시 돌아가는 깨침을 줬다. 마지막까지도 오직 교화만을 생각했고, 원기100년 주세교단의 원불교를 염념불망하더니, 미국의 재가 출가교도, 아니 러시아 모스크바까지도 눈물바다로 만들며 한 마음으로 다시 뭉치게 해 줬다. 후진들이 일원회상에서 한 단계 더 성숙해질 수 있도록 큰 각성과 가르침을 선물로 준 것이다. 그는 작은 거인(Little Giant)이다. 아니 이제 우리는 슈퍼 리틀 자이언트(Super Little Giant)로 모시고 추앙하기로 했다. 일생동안 하는 일마다, 가는 곳마다에서 위업을 혁혁히 나투면서도 흔적없이 내려놓고, 겸허히 낮은 자리에서 소박한 일상의 모습으로 돌아왔던 초타원 종사. 살신성인, 위공망사, 천신만고, 함지사지의 대순교자로 다녀 간 초타원 종사.

원다르마센터 새벽명상에 빠짐없이 참석하는 하버드대학 교수출신 낸시(80) 여사는 "초타원 종사와 나는 서로간의 언어적 의사소통은 불가능했지만 인생의 끝을 얼마 남기지 않고 있는 우리 두 노인은 단박에 서로의 정신과 뜻을 알아 보았다"고 회고했다. 그들은 미소로, 따뜻한 인사로, 그리고 침묵으로 서로의 존재를 읽었으며, 그 영혼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었다. 서로에 대한 경외와 깊은 신뢰와 사랑으로 거래를 텄고 그렇게 영적 우정을 만들어 냈다. 그는 "초타원 종사가 고정적으로 앉아 있던 법당 끝 한 자리를 지금도 법당에 들어서면 습관처럼 바라 본다"며 "혹 초타원 종사가 앉아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고대하던 그 마음을 아직은 놓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낸시 여사는 초타원 종사와 말 한마디 섞지 않고도 거인을 알아 본 사람이었다.

초타원 종사는 모스크바교당의 뿌리다. 법회를 비롯해 원광한국학교, 한민족문화큰잔치가 모두 초타원 종사로부터 시작됐기 때문이다. 열반 소식을 접한 모스크바교당 교도들은 충격에 빠져 가히 공황상태였다. 원100주년기념대회 때 만나 뵙고 함께할 시간들을 상상하며 즐거워했는데 그만 허탈감에 빠져 버렸다. 15일 교당에서 진행된 일요 추모법회에는 초타원 종사와 맺었던 옛 인연들(교도)이 대거 참석해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정말로 위대하고 크고 크신 분이 우리 곁에 계셨었다. Super Little Giant…. 그 숨겨진 보석 같은 성자, 초타원 백상원 종사의 존재감은 시공을 초월해 이제부터 교단과 인류의 정신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미주동부교구 보스턴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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